저는 완전히 탐라에 매료되었습니다.
이번 여행을 앙코르유적지로 갈까, 탐라로 갈까 수도 없이 망설이다가 결국 탐라로 정하고 배낭을 꾸렸습니다.
오름에서 오름으로, 섬에서 섬으로 아흐렛동안 다리 아픈 줄도 모르고 걸어다녔습니다.
다녀와서야 몸무게가 빠진 걸 알았습니다. 금새 원상태로 복구되겠지만요.

탐라 중에서도 오름은 신비의 땅입니다.
그 원시의 냄새와 원시의 바람과 원시의 소리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사람을 끌어당깁니다.

한달만 그 섬에서 살고 싶다고 한 시인이 있지만 저는 오름들이 흩어져 있는 중산간 마을에 방을 하나 얻어 수시로 달려가 묵고 싶습니다.
그리고 언제든 원시의 향기를 그리워하는 벗이 있으면 그 벗을 초대하고 싶습니다.

오름을 하도 올라 어느 오름인지는 모르겠지만 풀을 뜯는 말들이 보이는 오름 사진과 우도의 홍조단괴해빈백사에서 바라본 일몰 사진을 올립니다. 우도의 일몰 사진의 중앙에 선명하게 보이는 높은 봉우리가 한라산 영봉입니다.

얌체 같이 혼자 다녀와 지이님께 면목이 없습니다. 이럴 땐 저 같은 백수가 지이님 같은 안 백수보다 훨 낫지 않습니까?

정신없이 바쁜 가을을 보냈으면 겨울이라도 한가해야 하는데 원래 백수가 더 바쁘다는 진리를 몸으로 증명하느라 이제야 안부 전합니다.